news: 인생이란... - 곽희 <조춘��>

조춘

Guo XI(곽희), Early Spring(조춘도), Northern Song Dynasty(북송), 견본수묵, ca. 11 Century,

158.3cm×108.1cm China

그토록 무덥던 여름과 짧아 아쉬운 가을이 다 가고 이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겨울의 초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을을 좋아합니다만 겨울, 봄, 여름이 지나지 않고 다시 가을은 오지않겠죠? 자, 그럼 이제 곽희의 <조춘도>를 보며 따뜻했던 '봄'의 아련한 기억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대북고궁박물원

이 '조춘도(早春圖)'는 대만 고궁박물관(대북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곽희는 중국 북송대의 화가로 '임천고치(林泉高致)'라는 일종의 화론을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이 '임천고치'는 동양미술사를 공부하는 학도라면 누구나 보아야만하는 교본이기도 합니다. '임천고치'의 주된 내용은 동양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관한 서술이라고 생각하면 별 무리가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직접 내용을 보면 상당히 선문답적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고하기도 하는데, 제 생각에 이러한 표현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더욱 깊은 깨닳음을 얻게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면들이 동양미술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럼 그림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그림이 그냥 자연의 정취를 담은듯 보이지만, 사실 이 그림 속에는 심오한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오만함을 꾸짖는, 또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는 교훈적인 의미도 담겨져 있습니다.

화면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뚝솟은 주산과 그 주변에 여러 바위 산들이 거리의 원근에 따라 위치해 있습니다. 주산의 상단에 운무가 표현되어 있어 신비감과 극적인 효과를 줍니다. 화면의 하단 중간 부분에 큰 고목이 솟아 있고 바위산의 하단과 주변에는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화면 하단의 양옆에는 인간의 모습이 매우 작은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늘, 산(땅), 나무, 물과 사람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동양화에 있어 관습적인 표현(conventional expression)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바위산의 정상은 인간, 우리가 도달하고자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습니다. 산의 입구에서 시작되는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은 우리 인생의 역정이 아닐까요?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어짜피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우리들이 도달하고자하는 정상, 이상향 그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만, 곽희는 이 그림을 통하여 이 큰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우리가 큰 실의에 빠져있을때 곽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기 하늘과 바위와 우뚝 솟아있는 나무를 봐. 수 천, 수 만년을 모진 풍파를 견디며 저렇게 곧고 바르게 존재하고 있잖아..."

그리고 곽희는 저토록 거대한 자연 앞에서의 나약하고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작게 표현함으로써 자연앞에서 또 모든 진리 앞에서 겸허해야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알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쉽게 잊곤 하는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문명사회의 역사는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고 그 자연에 맞서온 역사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몇해 전 황우석 박사 신드롬이 한창이었고, 며찰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간 줄기세포를 미성숙 생식세포로 전환시키는 유전자를 이용해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하여, 인공적으로 인간의 정자나 난자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성과고 업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이런 일들이 자연의 성역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바벨탑을 쌓는것은 아닐까요?

조춘